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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고려벽화 '대수술' 받는다…“균열 심해지고 백화”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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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일제, 석고 발라 땜질
사상 처음 절 떠나 대전으로
훈증처리→진단→해체→수리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이 부석사 조사당 벽화의 표면을 안정화하는 보양 작업을 벌이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이 부석사 조사당 벽화의 표면을 안정화하는 보양 작업을 벌이는 모습.
‘쪼각쪼각 썩어버린 부석사 대벽화’ 일제강점기인 1926년 10월6일치 <동아일보>에는 이런 제목의 문화재 훼손 고발 기사가 실렸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 봉황산에 있는 부석사 조사당에 동양 제일의 진품 고려 벽화가 있는데, ‘작년(1925년) 5월에 (일본) 동경 문부성 기사가 절에 가서 벽화를 목제함 속에 넣었던바 그동안 부주의로 요사이에는 한 조각도 쓸 수 없을 만큼 전부 썩어버렸다더라’는 내용이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이 부석사 조사당 벽화 표면의 보양 작업을 벌이는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이 부석사 조사당 벽화 표면의 보양 작업을 벌이는 모습.
기사에 나오는 부석사는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의 문화유산 에세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로 유명한 고찰이다. 썩어버렸다는 조사당 벽화는 무량수전 기둥, 대석단, 아미타소조상, 석등과 더불어 한국 불교 미술사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 절의 보물 중 하나로 나라가 지정한 국보다. 부처를 양옆에서 수호하는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은 우아한 귀부인의 자태로, 동서남북 사방을 호위하는 신인 사천왕(四天王)은 팔팔한 사나이의 기운찬 모습으로 묘사해 6폭에 그린 작품이다. 이 불벽화가 <동아일보> 고발기사가 나온 지 94년 만에 대수술을 받게 됐다. 최근 문화재 당국의 점검 조사 결과, 표면 채색층의 훼손과 내부 균열이 심각해 응급 수복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났다.
1989년 부석사 무량수전에 조사당 벽화가 전시될 당시의 모습. 일제강점기 액자 틀로 복원한 벽화의 실체가 드러나 있다.
1989년 부석사 무량수전에 조사당 벽화가 전시될 당시의 모습. 일제강점기 액자 틀로 복원한 벽화의 실체가 드러나 있다.
국내 사찰 벽화 중 가장 오래된 14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조사당 불벽화는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경술국치 직후인 1916~18년 일본 문부성에서 파견된 수리기술자들이 500여년 묵은 6폭 벽화 전체를 조사당 흙벽에서 떼어내 흰 석고를 발라 균열을 땜질하고 6개의 액자 형태로 만들었다. 당시로서는 최신 문화재 수복 재료라 여겨 석고를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100여년이 지나면서 균열이 되레 심해지고 석고 역시 백화 현상으로 변질해 그림 자체가 망가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벽화 표면의 보양 작업 광경. 표면의 채색층이 일어나지 못하게 안정화하는 작업이다.
벽화 표면의 보양 작업 광경. 표면의 채색층이 일어나지 못하게 안정화하는 작업이다.
6폭 벽화는 각기 6개의 밀봉 상자에 싸여 18일 사상 처음 절을 떠나게 됐다. 벽화는 이후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산하 문화재보존센터로 옮겨져 벌레의 피해를 막기 위한 훈증처리를 한 뒤 정밀진단과 해체 수리 등의 대수술을 받게 된다. 관건은 석고를 얼마나 제거하고, 어떤 대체 재료를 넣어 보수하느냐다. 장성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연구관은 “100여년 전 일본이 석고를 발라 액자틀 형태로 바꾼 벽화의 내부 구조조차 모르는 상태다.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내부 구조와 석고의 침윤 정도부터 파악한 뒤 구체적인 보수 방식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1910년대 콘크리트로 땜질했다가 20여년간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해체 보수공사를 거쳐 최근 복원된 전북 익산 미륵사터 석탑과 비슷한 운명을 밟게 된 셈이다.
1916년 수리 복원 이전에 찍은 조사당 벽화의 모습. 사천왕 가운데 북방다문천왕의 모습이다.
1916년 수리 복원 이전에 찍은 조사당 벽화의 모습. 사천왕 가운데 북방다문천왕의 모습이다.
1916년 부석사 조사당의 벽체에서 분리되기 전에 찍은 벽화. 사천왕상 중 서방광목천왕의 모습이다.
1916년 부석사 조사당의 벽체에서 분리되기 전에 찍은 벽화. 사천왕상 중 서방광목천왕의 모습이다.
조사당 벽화의 전면적인 보수 작업이 계속 미뤄진 데는 이유가 있다. 벽화 자체가 사찰의 흙벽 위에 그려진 것으로 한국·중국의 일부 사찰에만 나타나는 희귀한 사례여서 회벽이나 나무에 벽화를 칠하는 서구나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벽화를 수복 보존하는 국내 학계와 업체의 기술적 역량이 미진해 섣불리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벽화 수복 전문가인 한경순 건국대 교수는 “전면 수리 보수가 뒤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에선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벽화를 수리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앞으로 연구소와 학계가 가장 유효한 보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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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8, 2020 at 05:1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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