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에 대한 오해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9월 첫 주 스웨덴의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0명대 초반으로 떨어진 것을 두고 스웨덴 방역 당국의 집단면역 정책이 뒤늦게나마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것인지 모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자칫 느슨한 방역을 두둔하는 듯싶어 적이 불편하다.
집단면역을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백신을 개발해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감염되었다가 회복되며 항체를 형성하는 방법도 있다. 수두는 훌륭한 백신이 개발돼 우리 모두 맞고 있지만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한 그리 치명적이지 않아 감염에 의한 집단면역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사회적 감염에 의한 집단면역을 시도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스웨덴 정부는 결코 집단면역을 추구하지 않았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상황에서 균형의 추를 좀 더 경제 쪽으로 기울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 9월 19일 현재 확진자 8만8237명 중 5865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6.65%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확진자 2만2893명 중 378명이 사망해 1.65%일 뿐이다. 사회적 감염으로 집단면역을 얻으려면 구성원의 50~90%가 감염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회적 집단면역은 다분히 진화론적 발상이다. 야생동물 집단에서는 늘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생명은 소중한 것이며 내 생명은 더욱 소중하다. 국가가 집단면역 정책을 채택할 경우 사망하는 사람 중에 내가 포함될 수 있다. 진화는 낭비를 선택했다. 엄청나게 많이 태어나 대부분이 죽고 극히 일부만 살아남아 번식에 이르는 게 진화의 현장이다. 그 어느 정부도 함부로 진화적 정책을 추진해 국민 목숨을 낭비할 수는 없다.
September 22,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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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92] 집단면역의 유혹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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