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중에는 보물로 지정된 독특한 유리병과 유리잔이 있다. 연한 푸른색이 감도는 유리로 만든 병과 잔은 지금 봐도 이국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9년 유리잔 보존처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작지를 지중해 동부로 추정했다.
아울러 황남대총 금동제 조개 장신구는 남·북위 30도 사이의 따뜻한 바다에서만 잡히는 앵무조개를 활용한 잔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황남대총 칠기 바닥에 적힌 글자 '마랑'(馬朗)은 중국의 바둑 고수 이름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같은 유물은 신라가 외국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된다. 비단 황남대총 유물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남은 고대 유물 중에는 '문화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내년 3월 20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출품 자료 중에는 황남대총 남분(南墳) 금목걸이, 경주 계림로 보검 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8건도 포함됐다.
또 경주에서 발견된 서역인을 닮은 흙인형, 창원 가야 고분 출토품인 낙타 모양 토기, 사천 늑도 유적에서 확인된 일본 야요이(彌生)계 토기, 천안 용원리 고분군에서 모습을 드러낸 중국제 계수호(鷄首壺·닭머리 모양 주둥이가 있는 항아리) 등이 공개됐다.



고조선 시기는 철기문화를 보유한 중국계 유민이 이주해 왔고, 한군현(한나라가 우리나라 서북부에 설치한 4개 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금속 유물과 토기로 설명한다.
이어 삼한시대와 삼국시대의 '다른 문화'는 북방 유목민족 동물 장식, 중국 교역품, 동남아시아 유리구슬 등을 통해 조명한다. 삼국시대 이후 더욱 복잡해진 통일신라시대 대외 교류 양상도 다채로운 유물로 살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정해진 동선에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오가며 유물을 보도록 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점도 특징이다.
이동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고대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화 다양성과 상호 소통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국유사에서 신라시대 경주를 묘사한 문구인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섰다'(寺寺星張 塔塔雁行)를 시각화하고, 지진에 대비한 면진 진열장과 저반사 유리를 설치해 관람 환경을 개선했다.
전시장은 황룡사뿐만 아니라 분황사, 감은사, 사천왕사 등 신라 주요 사찰에서 수습한 유물 530여 점으로 꾸몄다. 전시품은 기와, 전돌(벽돌), 사리장엄구, 불상, 탑 장식 등 다양하다. 사리장엄구는 탑에 사리를 봉안할 때 사용하는 용기와 물품을 의미한다.
황룡사 구층목탑에서 나온 사리기(舍利器·사리를 모신 그릇)와 공양품, 사천왕사 녹유신장상(綠釉神將像·녹색 유약을 바른 불교 수호신 조각상)은 관람객이 출토 맥락을 이해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고안했다.
예컨대 구층목탑의 기초가 되는 심초석(心礎石) 아래쪽과 심초석 내부 사리공(舍利孔·사리 구멍)에서 각각 발견된 유물의 진열장 높이를 다르게 하고, 녹유신장상 주위에는 당초무늬 전돌과 지대석을 재현해 전시했다.



신광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황룡사 연꽃 모양 받침은 872년 구층목탑을 수리하면서 남긴 기록인 '금동찰주본기'에 언급된 '금은고좌'(金銀高座)일 가능성이 커졌다"며 "새로운 불교사원실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연출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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