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야구, 로큰롤과 함께 바비큐는 미국 문화를 대표한다. 기원은 유럽의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을 때 고기를 나무 꼬챙이에 꿰 구워 먹는 원주민들에게 보고 배운 것이다. 바비큐는 상대적으로 음식 역사가 짧고 덜 발달한 미국에서 간편하고 쉬운, 그리고 맛있는 요리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됐다. 그리고 1950년대 경제적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냉전 시대에 자기 집을 소유하고 그 뒷마당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는 풍경은 공산주의와 대비되는 자본주의의 이미지로 비유됐다.
미국 가정의 바비큐 문화에 기여한 두 제품이 있다. 바로 숯과 그릴이다. 1930년대 포드 자동차가 드라이브와 교외 피크닉을 선전하면서 ‘포드 차콜’이라는 바비큐용 숯을 판매했다. 후에 그 숯 제품을 담당하던 직원이 독립하면서 자기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 미국 숯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킹스퍼드(Kingsford)’다. 다른 하나는 1951년 발명된 ‘웨버 (Weber) 그릴’. 사용하기 편한 데다 간결하고 귀여운 모양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모던 디자인의 명품으로도 자리를 잡았다.
고기, 도구, 숯, 연기 등의 요소가 포함된 바비큐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만드는 음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주말이나 휴일에 남편이 바비큐를 준비하는 것은 주부의 가사를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타는 불과 고기의 지글거림을 바라보는 것은 단순하지만 지겹지 않은 기쁨이다. 바비큐의 핵심은 자연을 느끼는 ‘야외’ 공간,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이 어울리는 정서다. “미국인들은 마당 눈만 녹으면 바비큐 준비를 한다”는 표현이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5월 말 현충일, 어머니날, 아버지날, 독립기념일, 그리고 여름이 끝나는 9월 첫 주 노동절은 1년 중 바비큐를 가장 많이 하는 닷새다. 이번 주말,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자녀를 위해서 부모는 마지막으로 바비큐를 준비한다. 단지 금년에는 많은 자녀가 바비큐 이후에도 계속 집에 남아서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September 03, 2020 at 06:2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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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47] 미국의 바비큐 문화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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