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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제주항공 지원 요청‥은성수 "LCC 망하게 안 둔다" - 이데일리

liloeconomie.blogspot.com [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고사위기’에 빠진 저비용항공사(LCC)가 추가로 금융지원을 요청한다. 14일 항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은 15일 오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신청규모는 1500억~170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그간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은 LCC업계는 항공사 난립 등 구조적 문제가 크다며 대규모 금융지원에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당장 도움이 없으면 이스타항공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사태까지 우려돼 정부로서도 두고만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원금 끊겨 ‘무급휴직’…이스타항공, 605명 해고

기안기금 운영심의위원회는 15일 오후 회의에서 제주항공 지원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지원요건을 충족한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제주항공은 2조4000억원을 받는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두번째 기안기금 수혜기업이 될 전망이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들과 제주항공에 대해 이스타항공 인수자금 1700억원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지원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돼 자금지원도 되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자금 1506억원을 확보했지만 매달 300억~400억원 상당의 운영자금 감당에 애를 먹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는 기안기금으로 지원하고 LCC 업체는 코로나19 금융지원 패키지를 활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9월 말까지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 LCC에 총 2638억원을 공급했다.

그러나 LCC 업계 상황이 매우 심각한 데다 대형 항공사와의 차별 문제가 제기되면서 기안기금도 활용키로 방향을 전환했다. 여기에 기안기금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도 한몫했다.

다만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총차임금 5000억원과 근로자수 300인 이상, 코로나19 피해 등 요건을 감안하면 기안기금 대상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이라고 제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LCC의 경우 개별기업 상황이 모두 달라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통한 우선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LCC 업계 운항률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대부분의 LCC 업체들은 이달 말과 다음달 초부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만료되기 시작함에 따라 무급휴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내년 고용유지지원금을 다시 신청하기 전까지 인건비 절감으로 최대한 버티겠다는 것이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예고한 대로 이날 직원 605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사진=이데일리DB)

“LCC, 안 망하게 하겠다”…‘자구노력’도 중요

에어부산 신청 가능성도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다만 에어부산의 경우 모회사인 아시아나의 구조조정 대책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에 대해 자회사 분리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현재 89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기안기금 지원대상이 아닌 LCC 업체의 지원 문제도 정부 내에서 협의 중이다. 일단 LCC 업체들은 연말 또는 내년 1분기까지 필요한 자금수요에 대한 회계법인 실사를 완료한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LCC가 진짜 원하는 것과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며 “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을 계기로 LCC 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자금지원이 신속히 이뤄질 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이 필요한 지, 필요하다면 얼마가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판단이 서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히 산은에선 LCC 업계의 빠른 회복은 어렵다고 보고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추가 금융지원 때 사업부 매각과 통폐합, 대주주 책임이행 등을 보겠다고 했다. 산은은 이스타항공에 대해선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며 기안기금 지원과 직접 지원 모두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한항공도 이달 안에 기안기금 신청을 위해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규모는 1조원 상당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원 상당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수요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자 내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기안기금 신청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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