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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뉴딜 대해부] 세종청사 옥상 꾸미는 데 55억원… 황당한 그린뉴딜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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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07 06:00 | 수정 2020.11.07 08:59

정부청사 내 화분 설치에 5억원, 인조잔디 교체에 8억원
"공무원들이 일 더 편하게 하도록 하는 게 그린뉴딜인가"

정부가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밝혔다. 여당은 "국가대전환 프로젝트"(김태년 원내대표) "새로운 미래로 진입하는 연결부위"(이낙연 대표)라는 구호도 내걸었다. 하지만 사업의 많은 부분이 수년 전부터 해왔던 사업이거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주기 힘들어보이는 사업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한국판 뉴딜 사업의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그린 뉴딜을 위한 도시 숲 조성을 위해 세종청사2단계 옥상에 조경수목 식재로 미세먼지 차단, 수목 그늘 조성 등이 필요하다. 필요한 예산은 54억9500만원."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그린 뉴딜 명목으로 행정안전부가 내년도 부처 예산안에 담은 ‘정부세종청사 옥상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 사업 내용이다. 이 사업은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 과제로 포함돼 있다.

정부는 앞서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 과제를 발표하면서 ‘경제 활력 제고 위해 파급력이 크고, 민간 투자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부 사업들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밝힌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도 포함돼 있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청사 노후시설 등 정비’ 명목으로 ‘정부청사 뉴딜사업’ 을 편성했다. 정부청사 뉴딜사업은 올해 예산에 29억6000만원이 편성돼 있었는데, 내년 예산안에는 규모가 757%(224억700만원) 늘어난 253억6700만원으로 늘어났다.

정부청사 그린뉴딜 사업의 세부 내용은 ▲노후 정부청사 그린 리모델링(66억4400만원) ▲에너지관리 효율화시설 구축(58억6400만원) ▲정부청사(2단계) 옥상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54억9500만원) ▲공조시스템 등 미세먼지 저감시설 구축(41억9200만원) ▲정부청사 주변 울타리 숲 조성(18억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구축(9억7200만원) ▲다중이용공간 공기정화 식물 조성(5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54억9500만원이 투입되는 ‘정부청사(2단계) 옥상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 사업은 정부세종청사 옥상에 있는 정원의 조경을 가꾸겠다는 내용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정부세종청사 옥상을 꾸민다는 계획이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길이가 가장 긴 옥상 정원으로, 각 정부청사 건물과 연결돼 있다.

행안부는 옥상정원 숲 조성을 하면 "스마트 정원조성을 통한 ‘지역명소, 관광코스’ 개발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자연 공기 정화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방문객 수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총 9만1449명에 불과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규모다. 행안부는 또 옥상정원 숲 조성을 통해 연간 건물 냉방비와 난방비를 각각 5억5200만원, 3억1300만원씩 아낄 수 있고, 미세먼지 등 대기물질 흡착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란희 디자이너
과천과 대전 정부청사의 노후한 공기조화기를 교체하는 데는 41억9200만원이 신규 편성됐다. 행안부는 "준공 후 20년이 지나 미세먼지 여과기능이 없는 과천·대전청사의 공기조화기를 여과 기능을 장착한 친환경 설비로 교체해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한다. 미세먼지 여과기능 상실로 근무 직원의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건강악화 초래"를 예산 요구 사유로 설명했다.

그 외 정부세종청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를 숲으로 조성하는 사업 명목으로 18억원이 새롭게 편성됐다. 또 11개 청사의 로비, 복도, 화장실 등 다중이용공간에 공기정화 식물을 조성하는 ‘화분 구매 설치’ 예산이 5억원 신규 편성됐다.

행안부는 "수직 정원을 통한 벽면 녹화와 ‘그린 박스’를 조성해 청사 내 쾌적한 환경 제공"을 요구 사유로 들었다. 이를 통해 청사 내 실내 미세먼지를 시간당 1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세종청사 내 체육 시설에 깔린 인조 잔디 교체 예산도 7억9700만원이 새로 편성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청사 꾸미기’ 사업이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어떠한 관계성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로운 가전 제품, 편의 시설 장만 등 공무원들이 일을 더 편하게 하도록 하는 작업들이 어째서 ‘뉴딜’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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