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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당혹케한 아베 사임···그 뒤엔 속내 숨기는 '혼네' 문화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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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연합뉴스]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다테마에'(겉모습)와 '혼네'(속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건 흔한 얘기다. 관계를 매끄럽게 하기 위해 취하는 다테마에를 보고 혼네를 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아베, 사퇴 발표 직전까지 '혼네(속내)' 숨겨
"하루 두 번 만난다"던 스가 관방도 '당혹'
절친한 아소 부총리와도 상의 안해
"조금 더 할 수는 없을까 고심" 마지막에 밝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이번 사퇴 기자회견은 마지막까지 '혼네'(속내)를 철저히 숨긴 일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직접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의사를 밝힐 때까지 측근들은 전혀 의중을 눈치채지 못한 분위기다.  
 
유력한 차기 총리로 언급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 장관은 특히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려 기자회견 바로 전날까지 블룸버그 등 서방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아베 총리를 하루 두 번 만난다"고 강조하며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고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본다"는 의사를 전했다. 심지어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3시간 전에도 자국 언론 대상 정례 기자회견에서 "(총리를) 매일 뵙고 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평소와 똑같았다" 측근들도 '당혹'

2018년 10월2일 아베 내각 각료 인선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제공=지지통신]

2018년 10월2일 아베 내각 각료 인선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제공=지지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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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측근 대부분도 언론을 통해 그의 사퇴 소식을 먼저 접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사퇴 의사에 관한 보도가 나오자 NHK와의 인터뷰에서 "보도가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은 "최근 며칠 동안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아베 내각에서 방위상과 자민당 정조회장 등을 지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간사장 대행도 언론을 통해 "너무 갑작스럽다"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이달 두 번 게이오대(慶應大)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17일 초진은 건강 검진, 24일 재진은 앞서 한 검진 결과에 따른 방문이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진료 날 사퇴 의사를 굳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임에 대해 "나 자신, 혼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사퇴 의사를 굳혔다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몸 상태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앞으로 다시 힘을 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퇴 결심을 굳힌 날도 '혼네'를 숨기며 '다테마에' 관리를 한 것이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고심의 시간이었을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도쿄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마친 후 차에 차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도쿄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마친 후 차에 차고 있다. [연합뉴스]

아사히(朝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7일 저녁부터는 전화도 받지 않고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 전날 연락까지 끊고 혼자만의 시간에 돌입했을 때가 '혼네'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 시간에도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파벌 간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총리는 건강해졌으니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아소 부총리와 거취 문제를 상의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기자회견 당일에서야 각료회의를 마치고 아소 부총리와 독대를 하며 혼네를 내비쳤다.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만류했지만 결심은 이미 굳은 상태였다.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아소 부총리 등과 미리 상의하면 강한 만류에 결심이 흔들릴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베 총리는 아소 부총리에게 건강 문제 외에도 개헌 실패 등의 사유를 들며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고심에 돌입한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추정된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조금 더 할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에 갈등이 없었던 건 물론 아니다"라며 결정을 내리기까지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주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건강 이상 조짐을 보였고 총리 관저에서 직원들과 종종 함께해오던 식사도 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사퇴 당일 오전에도 관저로 출근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논의에 참석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없어 스가 장관도 기자 회견장에서 "평소와 똑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오후에서야 자민당 간부들에게 사임 의사를 밝히고 프롬프터도 없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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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9, 2020 at 05:0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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