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하면서 한중일 역사 고찰
특히 음식 문화의 미국 침탈 따져 보니
특히 음식 문화의 미국 침탈 따져 보니
돈이 음식 산업의 중요한 요인인 미국
이미 한국은 간편한 한식 많아
도널드 트럼프 치하에서 반격 준비 몇몇 사람들이나 치킨이나 햄버거 체인점 시이오(CEO)들은 이런 내 말에 반발할 것을 안다. 그들은 싸고 맛있고 어딜 가나 쉽게, 기대했던 균일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대중 음식 시장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비록 음식의 질은 떨어질지라도 벌이가 적은 이들 혹은 바쁜 일상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몇 푼 안 되는 적은 돈으로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달리 누가 자기네들처럼 할 수 있겠느냐면서 말이다. 물론 이건 좋은 점일 것이다. 난 한국인들이 미국의 패스트푸드를 자기네 식으로 독특하게 변형해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프라이드치킨이 아마 가장 유명할 것이다. 이건 인정해야겠다. 인정할 수밖에 없지. 한국 치킨은 정말, 진짜 맛있더라.) 하지만 치킨이 맛있다 하더라도 다른 한국 요리가 이미 저예산 음식 수요를 충당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나는 반박하고 싶다. 한국의 면 요리는 주문하면 2~3분이면 나오고, 비빔밥도 2~3분이 걸리지 않는다. 예를 얼마든지 더 들 수 있다. 싸고, 빠르게 조리가 가능하면서도 영양도 풍부한 한국 요리의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 잔치국수, 칼국수, 메밀국수, 비빔국수, 쫄면 등 수많은 국수 요리와 수제비, 만두, 떡볶이, 순대, 어묵 등 다양한 각가지 산적류를 보라. 그리고 이 점은 일본 요리나 중국, 대만 요리도 마찬가지다. 네발 달린 생물을 조리한 것부터 썩은 내가 진동하는 발효 음식까지 놀라운 가짓수를 길거리에 진열하는 나라는 이들 동아시아 국가들을 따라갈 곳이 없다. 미국 음식의 문제점은 저비용과 조리 속도가 아니다. 저비용과 조리 속도는 미국 음식의 단점을 가리고 있는 장점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 음식의 진짜 문제는 음식 산업을 무분별하게 몰아가는 유일무이한 원동력이 바로 돈이라는 점에 있다. 다른 모든 가치는 배제된다. 곡물, 설탕, 소금 등 가장 싼 재료를 팔아 최대한의 이윤을 끌어내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 아래서 조정된다. 그리고 인간의 개입, 특히나 그들 입장에서 볼 때 무분별하고 몰지각한 소비자의 개입은 최소화한다. 이것이 미국이 전 세계에 가르치고 있는 음식 수업의 가장 주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고 존경할 만한 음식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 비롯된 음식은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 동안 자기 나라에 맞게 변형되고 걸러지기도 했다. 그동안은 미국의 음식 문화와 미국의 방식이 훌륭한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전통을 위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치하에서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이제 동아시아의 음식 문화가 21세기에 새로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본 음식에 관해 두 권의 책을 쓰는 동안 자료 조사를 위해 일본을 수도 없이 많이 드나들었다. 전작 <오로지 일본의 맛>과 <쌀의 의미> 두 권을 쓰는 동안 만난 수많은 일본인을 통해 그들이 자기네 음식 문화 전통에 대해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새 책을 쓰면서 한국을 여행하는 동안 난 한국에서도 전통 음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한식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서적에 기록된 레시피를 자신의 신메뉴 개발에 차용하는 <미쉐린 가이드> 스타 요리사도 부지기수다. 실제 한식의 유구한 음식 역사는 동아시아에서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은 심지어 1953년 이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음식 문화 침투에 속수무책이었던 지역이었는데 말이다.(물론 다른 동아시아에 견줘 더 심하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중국은 20세기 내내 미국의 침투를 막아오다가 이제야 태평양을 건너온 각종 정크푸드와 맥도널드의 골든 아치를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중국 음식 문화는 역사가 길고 너른 땅만큼 광범위해 미국의 침탈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쁘게 생각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독자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생기고 있고, 전 세계 요식업계에 매우 효과적인 프로파간다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계속 퍼붓는 것 같지만, 난 반미주의자는 아니다. 그 지역에 가면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의자다. 미국에는 놀라운 지역 생산물과 음식이 있다. 바비큐 문화는 정말 환상적이다. 미국에 여행 갔을 때 랍스터롤 샌드위치를 생략하고 지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한겨레> 7월10일치 칼럼에서 밝힌 것처럼 뉴올리언스는 마법 같은 곳이다. 문제는 미국이 공격적으로 수출하는 음식 문화가 타국의 고유한 음식 문화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 하나님이여 미국에 강복하소서!) 미국은 확실히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음식 공격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자국의 전통 음식만큼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October 30, 2020 at 06: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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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미국식 음식 문화 침탈, 문제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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