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 미술관인 보마(VOMA·Virtual Online Museum of Art, https://voma.space)가 오픈했다. 2020년 6월 킥스타터에서 후원자 230여 명이 9165파운드(약 1350만원) 정도로 펀딩을 성공시킨 이 프로젝트는 100% 가상현실 미술관이다. 기존 온라인 미술관이 실제 미술관을 온라인으로 옮긴 것과 달리 ‘보마’는 처음부터 세상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어냈다. 사이트 첫 화면은 미술관 입구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주변 정경을 볼 수 있는데, 탁 트인 자연 아래 미술관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옆으로 강이 흐르는데 햇빛에 강물이 반짝이는 모습이 평화롭다. 바닥에 반짝이는 작은 원을 클릭하면 입구에 들어선다. 첫 작품은 카라바조의 , 그 옆에는 포르투갈의 표현주의 화가 파울라 헤구의 이 있다. 1602년과 1988년의 그림이 나란히 놓였는데 이 미술관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보마의 큐레이터는 이 미술관이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허물어 우리를 다시 결합하길 바란다고 밝힌다. 그 의도대로 여기에 전시된 작품은 회화뿐 아니라 사진과 설치, 조형물까지 다양하다.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에 폭넓게 걸친 아카이브가 흥미롭다.
이 미술관은 작품뿐 아니라 구조와 설계에서도 영감을 준다. 특히 가상공간에서 동선을 고려한 이동성과 회원 가입하면 제공되는 음성안내, 다른 회원들과 대화(채팅)할 수 있는 카페, 굿즈를 살 수 있는 아트숍 등이 그렇다. 나는 이 가상공간을 한 시간 정도 배회하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네이버의 파파고 이미지 검색 기능을 이용해 작품 설명을 읽었다. 관심 있는 작가를 찾으면 구글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그의 다른 작품들도 훑었는데, 그 과정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을 발견해 자동 번역 기능으로 그가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창작하는지 살필 수 있었다. 이 세계 최초의 가상 미술관만이 아니라 인터넷과 자동번역 등이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다. 코로나19는 문화에 대한 우리 생각을 상당 부분 바꾸고 있다. 디지털 경험이 대체할 수도 있다는 관점과 선택지가 늘어나리라는 관점이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우리 문화 소비 경험이 이전과 상당히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보마의 등장이 과도기적으로 보인다. 미술 시장이 작품이나 굿즈 판매로 이익을 얻는 것처럼 이곳도 비슷한 수익모델을 가지는데, 관건은 미술관의 브랜딩에 달렸다. 이 점에선 음악산업이 처한 현실과 유사하고, 나아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문제와도 동일하다. 미술관의 브랜딩이 기획전시에 있듯이, 콘텐츠 플랫폼의 브랜딩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는 점, 그리고 가상현실 환경에서 체험하는 콘텐츠의 몰입도와 지속가능성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점 또한 그렇다. 무엇보다 보마 이후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가상현실에서 미술관이 구현된 것처럼, 음악 페스티벌도 가능하지 않을까? 가상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대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보마는 새로운 미술관의 등장일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례이다. 차우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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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3, 2020 at 10: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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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랩] 어서오세요, 가상 미술관으로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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