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헬리베 붕탄질산 플네나마…” 학창 시절 줄기차게 외웠던 원소 주기율표의 암기법을 기억할 것이다. 괴상한 주문처럼 들리지만 ‘수헬리베…’는 각 원소 이름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수’는 원자 번호 1번 수소, ‘헬’은 2번 헬륨, ‘리’는 3번 리튬을 뜻한다.
무작정 외웠지만 이 원소 주기율표에는 인류 과학사를 빛낸 커다란 정보가 숨어있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y Ivanovich Mendeleyev)와 헨리 모즐리(Henry Moseley)가 개발한 원소 주기율표를 통해 인류는 원자의 성질과 상관관계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인류는 화학의 중대한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원소의 질량 크기대로 주기율표를 만든 드미트리 멘델레예프
17세기는 연금술이 성행했다. 연금술사들은 값싼 금속에서 금(Gold)을 추출하려고 했다. 심지어 오줌에서 금을 추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원소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오줌에서 ‘금’이 아니라 ‘인(Phosphorus)’을 추출했지만 이것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연금술사들은 소변을 통해 얻은 인을 연금술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상상의 물질인 ‘현자의 돌’이라고 생각했다.
인이 원소로 정확히 규정되는 것은 18세기가 되서야 이뤄진다. 프랑스의 화학자 앙투안 로랑 드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는 17세기 로버트 보일이 주장한 ‘원소’라는 개념을 실험으로 입증한다. 그는 33가지 기본 원소를 발표하고 원소를 ‘실험적으로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이라고 주장한 보일의 이론을 증명하며 원소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했다.
19세기 들어 과학자들은 발견된 다양한 원소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배열하면서 원소 간에 연관성을 연구해왔다.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원소를 질량의 크기 순서로 배열해 원소들 사이에 주기성이 있음을 밝혔다. 이를 도식화한 것이 오늘날 원소 주기율표의 시작이다.
멘델레예프는 1879년 러시아 화학회에서 63종의 원소들의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나열한 주기율표를 발표한다. ‘주기율표만 이해해도 화학의 반은 안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기율표는 오늘날 화학을 쉽게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커다란 이정표가 됐다.
멘델레예프는 초기 주기율표를 고안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 후보에 오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플루오린 분리에 성공한 프랑스의 화학자 앙리 무아상(Henri Moissan)에게 한표 차이로 수상을 놓친다. 이후 멘델레예프는 노벨상 수상을 몇 달 앞두고 사망한다.
하지만 멘델레예프의 식견은 노벨상 수상과는 별개로 현대까지 널리 빛나고 있다. 그는 당시 발견된 원소 외에도 후대에 추가로 원소들이 발견될 것을 예견한 천재였다. 그래서 그의 주기율표에는 미래에 발견된 원소들로 채워질 ‘빈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멘델레예프의 원소 주기율표는 후대 과학자들이 발견된 원소들이 추가로 포함되는 수정 과정을 거쳐 지금의 주기율표로 발전될 수 있었다.
X선 스펙트럼 실험으로 현대 주기율표를 완성한 헨리 모즐리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훌륭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주기율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를 토대로 영국의 물리학자 헨리 모즐리가 만든 주기율표를 통해 현대 주기율표의 모습이 갖춰지게 된다. 그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를 원자번호 순서로 정리했다.
주기율표를 원자번호로 재정렬하면서 모즐리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서 생겼던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가 주기율표를 원자번호로 정리한 이유는 모든 원소의 화학적 성질은 원자량의 크기가 아니라 원자번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그가 X선을 연구한 덕분이었다. 헨리 모즐리는 X선의 원자 구조를 알아낸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제자로 그의 밑에서 방사선을 연구하다 X선 연구로 전향한다.
모즐리는 각 원소의 고유 X선을 측정하여 원자에서 나오는 각 원소에 고유한 엑스선의 진동수가 근사적으로 원자번호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바로 모즐리의 법칙이다. 모즐리의 법칙은 원자번호가 명확하지 않은 원소의 주기율표상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 적용됐다.
주기율표를 초기 고안한 멘델레예프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주기율표의 토대를 제공한 천재 헨리 모즐리. 하지만 여러모로 주기율표의 천재들과 노벨상과의 인연은 애석하게도 닿지 않았다. 멘델레예프가 그랬던 것처럼 모즐리는 노벨상 수상을 앞두고 제1차 세계대전 갈리폴리 전투에서 전사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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