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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면, 일터의 고달픔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어떤 고달픔은 재택근무 때 더 악화된다.
체코 프라하에 사는 스물두 살의 니콜리나는 콘텐트 작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 작년 초, 그의 직장에는 불편한 조직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일거수일투족을 상사가 지켜보지 않는다면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틀린 생각이었죠."
그의 상사는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원격제어 소프트웨어인 '팀뷰어'와 업무측정 소프트웨어인 '허브스태프' 같은 프로그램으로 관리의 강도를 높였다. 니콜리나는 "직원들이 주변에 없으니까 상사는 강박적으로 근무 시간 내내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관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엄청난 스트레스였죠. 우리를 매 순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모두 미칠 것 같았어요."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부정적인 조직문화가 있는 사람들에겐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한 줄기 빛과 같았을 것이다. 사무실 내 조직문화와 거리를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터. 하지만 니콜리나처럼, 부정적인 조직문화는 재택근무로도 이어졌다. 경우에 따라선 그 고충이 더 악화되기도 했다.
부정적인 조직문화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나쁜 조직문화
일터의 조직문화가 나쁘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그 양상이 어떠하든, 직원들에게 부정적이고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노팅엄 경영대학에서 직장 내 스트레스와 행복, 정신 건강을 연구해 온 아디탸 자인 부교수는 "나쁜 조직문화 속에선 노동자들이 심리적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회사의 부족한 지원, 열악한 대인 관계, 많은 업무량, 부족한 자율성과 보상 및 고용 안정성 등이 이런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자인 부교수는 이러한 결과가 회사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육체적 질환, 정신건강 악화, 번아웃, 결근, 업무 참여 및 생산성과 혁신의 저하 등을 초래해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쁜 조직문화는 나쁜 관행의 확산을 관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미국 펜실베니아 빌라노바 대학 경영학과 부교수인 마누엘라 프리세무스는 "(나쁜 조직문화는) 조직 상층부로부터 파괴적인 행동들이 아래로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조직에 해로운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조직에서 그러한 행동이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들도 따라하면서, 모두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행동 방식'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회의와 발표, 일상적인 상호작용 중에 그러한 행동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은 전화 통화나 메시지로 소통할 때도 발생한다. 보통은 서로 간에 물리적 거리가 생기면 이러한 관행 중 일부는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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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세무스 부교수는 "나쁜 조직문화는 재택근무 상황에서도 지속되기 때문에, 화상 채팅이나 이메일 소통에서도 (이전과 다르지 않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 거리나 익명성이 있는 상황이 부정적인 행동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례하거나 위협적인 메시지를 직접 얼굴을 마주할 때보다 더 쉽게 보낼 수 있는 거죠."
팬데믹으로 인한 피로도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는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정신적으로 고갈되는 게 직장에서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자제력을 쉽게 잃어서 바람직한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리나의 경우, 재택근무가 시작된 후 상사의 행동이 감독이라기보다는 괴롭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 화면을 공유하라거나 하루 종일 스크린 녹화를 하라고 요구했어요. 메신저 등에서 10분 이상 비활성 상태가 되면, 샤워를 하거나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도 줌 체크인 또는 팀 뷰어 접속을 요구받은 적도 있었죠."
그는 또 자신의 상사가 직원들에게 긴급한 요청을 담은 메시지를 밤늦은 시간에 보내거나, 휴가를 내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팀 모두가 그의 관리 행동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불안감이 끊이지 않았고 밤늦게까지 (업무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을 설칠 지경이었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고통을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사는 재택근무 환경에서 특히 더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인 부교수에 따르면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과 여전히 상호작용을 해야 하지만,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이를 풀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부족하고 정서적으로 피로하며 사생활과 업무의 경계선이 희미하다. 대처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재택근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사부서를 통해 고충을 처리하거나 사적 관계를 통해 해소하기 힘든 상황에서 '나는 고립돼 있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대처법
자인과 프리세무트는 나쁜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은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고용 정책이나 법률 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인하는 것이 해결을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자인 부교수는 "고용주의 법적 의무에 대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고, 때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들이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의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근로시간과 휴무시간, 휴일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이를 알아두면, 재택근무 전환 이후 불합리하거나 불공평한 기대치를 제시하는 상사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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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괴롭힘이나 직업의식에 부합하지 못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이메일이나 채팅을 저장하거나 통화 내용을 적어두는 것도 좋다.
프리세무스는 부교수는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인사 부서나 고위 경영진 앞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목격한 동료들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니콜리나의 사례처럼 인사부서가 없거나 고충처리 시스템이 없는 경우에는 취할 수 없다. 니콜리나는 "(회사에) 문제나 불만을 제기할 인사부서나 리더십 체계가 없었다"며 "상사가 우리의 유일한 소통 채널이었는데, 그는 일자리와 월급에 감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팬데믹으로 재택근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지금은 데이트 대상을 찾고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웹사이트 사업을 하면서 창의적으로 일하고 마음의 평화도 얻게 됐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직을 할 사정이 아니라면,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프리스무스 부교수는 "일과 개인의 생활 사이에 경계를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처가 일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신적 안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지독한 상사가 있을 때는 매우 어렵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휴대전화 스위치를 끄거나 이메일에서 로그아웃을 하는 등 자신에게 접근을 다소 어렵게 만드는 조치를 취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일 뿐이다. 회사 경영진이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위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조직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불안과 두려움도 지속될 것이다.
모든 이의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모두가 똑같은 변화를 기대할 수도 없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적인 조직문화는 해롭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그저 무시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경계선을 강화하고 사회적 지원을 받거나 스트레스 관리가 도움을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길을 찾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앞서 말한 전략들은 당장 대안이 없을 때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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