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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엘이 대화소재인 ‘놀면 뭐하니’
피피엘로 프로그램 만든 ‘텔레그나’
“미디어 환경 급변 시청자도 이해”
“기본적으로 시청자 속이는 광고”
피피엘 허용 10년 논쟁은 계속 중
<놀면 뭐하니?>(MBC)의 한 장면. 방송 화면 갈무리
“형, 300(만원) 갖다가 어디다 붙여요?”(비) “야, 내 유산슬 뮤비(뮤직비디오) 250(만원) 들었어!”(유재석) “오빠, 그런 식으로 찍으면 우린 못 찍지. 우린 ‘이거’(손신호를 보내며) 밑으로는 안 찍어본 사람들인데.”(이효리)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두고 혼성그룹 ‘싹쓰리’ 멤버들이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이며 웃음을 자아낸다. ‘제작비를 아껴야 한다’는 유재석과 ‘쓸 만큼 써야 한다’는 이효리와 비. 이들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이효리의 제안으로 정리된다. “내가 협찬 끌어올까? 뮤직비디오에서 (선글라스) 하나씩 쓰고, (옷) 입고, (화장품) 하나씩 발라. 그리고 과자 좀 먹고.” 그러면서 “음료수 좀 마시자”며 재치있게 피피엘(PPL·간접광고) 음료를 갖고 오라고 제작진에게 주문한다. 음료수를 마시는 이들 밑으로 깔리는 자막은 이렇다. “수분도 채우고 뮤직비디오 제작비도 채우고.” 지난달 18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이다.
<놀면 뭐하니?>(MBC)의 한 장면. 방송 화면 갈무리
제작진은 이효리의 말대로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도 과자를 비치해, 이들이 자연스럽게 과자를 먹으며 해당 제품을 노출하도록 했다. 피피엘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화면은 “린다지(G)의 1깡에 미용실이 딱!”이라는 자막과 함께 세트장을 비춘다. 피피엘로 세트장을 지었다는 얘기다. 예능 속 피피엘이 달라지고 있다. 출연자가 대놓고 피피엘을 언급하거나, 이를 웃음 소재로 쓰는 시도가 느는 추세다. 단순히 테이블 위에 음료수 등을 올려두는 방식으로 상품을 노출하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 4월에도 피피엘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라면가게에 도전한 유재석은 김치찌개를 끓이기에 앞서 ‘냉장고가 피피엘’이라는 김태호 피디(PD)의 말에 “여러분, 저희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신다. 정말 김치가 싱싱하게 살아 있는 냉장고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탄생시켜준 냉장고야 고마워”라고 능청스럽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피피엘 예능까지 탄생했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 된 <에스비에스>(SBS)의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텔레그나)은 중소기업 상품으로 게임을 하는 ‘피피엘 예능’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지녔지만 홍보 기회를 얻지 못해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을 돕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고정멤버인 유세윤, 장도연, 양세형, 김동현이 게스트와 저마다의 피피엘 상품으로 미션을 수행하며 좌충우돌 웃음을 유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피피엘을 대놓고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품은 상품대로 알리고, 멤버들은 미션에 성공해 얻는 상금을 모두 기부한다. 연출자인 김정욱 피디는 “정부 산하 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의 도움을 받아, 우수한 제품과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가진 중소기업을 우선 발굴하려고 노력했다”며 “피피엘도 시청자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SBS)의 한 장면. 방송 화면 갈무리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피피엘이 허용된 것은 2010년부터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교양·예능프로그램에서 상품의 직접 노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전체 방송시간의 5%,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한다. 상품을 직접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해서는 안 되고, 피피엘로 시청 흐름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 대상이 아니다. 피피엘 시장 규모는 해마다 증가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광고산업조사 보고서와 광고산업통계를 종합하면, 피피엘 시장 규모는 2013년 405억3천만원에서 2018년 1270억원으로 최근 5년 새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박원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광고산업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일반 광고는 광고주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예능이나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피피엘은 시청자에게 심리적 거부감을 덜 주기 때문에 광고주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놀면 뭐하니?>(MBC)의 한 장면. 방송 화면 갈무리
전문가들은 방송과 피피엘의 성공 여부는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시청자도 피피엘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놀면 뭐하니?>처럼 ‘제작을 위해 피피엘이 필요합니다’라고 알리거나, <텔레그나>처럼 중소기업을 돕자는 취지에 맞게 프로그램과 조화를 이룬다면, 시청자도 불편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 킹: 영원의 군주>(SBS)처럼 드라마 맥락과 관계없이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과도하게 피피엘을 하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광고홍보학)도 “억지로 꿰맞춘 듯한 피피엘은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주고 제품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해 오히려 광고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에선 피피엘 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피피엘을 통해 제작비 일부를 충당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시청자 권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피엘은 시청자의 눈을 속이는 광고 행위”라며 “방송사는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시청자는 원하지 않는 광고를 더 보게 될 수밖에 없다. 시청권 보호를 위해 피피엘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고, 법규 위반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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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2, 2020 at 12:1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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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은 언제적 얘기…우린 대놓고 피피엘한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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