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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제2의 문화대혁명 꿈꾸나?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한국은 김치·한복 훔쳐간 ‘문화도둑’” 배경은 홍위병
21세기 중국 애국주의 현상에 대한 생생한 르포르타주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김인희 지음/푸른역사·1만7900원 관수법(灌水法)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사상을 머리에 물 붓듯 주입하는 세뇌 교육을 뜻한다. 이 책에서는 제국주의 침략, 공산당의 분투, 자본주의와 미국·일본에 대한 증오를 머리에 물 쏟아 붓듯 하는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 방법을 뜻한다. 물의 성분은 중화민족주의, 사회주의, 국가주의다. 애국주의 관수법의 결과로 몰이성이 특징인 ‘분노청년’, 즉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할 일 없는 도시 청년들”이 탄생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사실상 뒷받침하는 소분홍(小粉紅)의 활동이 왕성하다. ‘홍(紅)’은 붉은 마음으로 당과 국가, 지도자를 사랑한다는 뜻. 분노청년과 무엇이 다른가? “1990년대 출생한 이들로, 태어나면서부터 애국주의 교육을 받아 뼛속까지 세뇌된 이들이다. 분노청년이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것과 차이가 난다. 소분홍은 대학 이상 졸업자가 73퍼센트이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석사 이상이 37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민족 정책과 역사 정책에 밝은 저자는 중국의 역사 교육이 “위대한 고대사와 근대 침략자에 대한 증오, 공산당에 대한 충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공산당에 충성하는 21세기 홍위병을 만들기 위해 중국 역사 교육은 “학생들의 마음속에 증오의 씨앗을 묻어놓았다”는 것. 역사 교육이 외국에 대한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이며 심지어 폭력적인 태도와 성향을 갖게 만든다. 중국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이 2019년 11월12일에 공지한 ‘신시대 애국주의 교육 실시 강요’가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려 있다. 그 첫 부분은 이렇다. “애국주의는 중화민족의 마음이며 영혼으로, 중화인민과 중화민족의 민족 독립과 민족 존엄을 수호하는 강력한 정신적 동력이다. 애국주의 정신은 중화민족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중화의 아들과 딸들이 대대로 조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을 격려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하고 분노청년들이 가장 욕을 많이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하였다며 한국을 ‘문화 도둑’으로 비난하는 분노청년들은 “한국은 약소국이니 자신들이 마음껏 분노를 표출해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 분노청년의 ‘성형 관음증의 나라, 한국’이라는 글이 전형적이다. 그 일부는 이렇다. “세상을 속여 남의 명예를 훔쳐가는 위선적인 2분의 1의 작은 반도국! 한국문화는 외래에서 들어온 잡탕으로 중심은 중국의 유가문화이고, 후에 일본과 미국의 요소가 더해졌다. 위대하고 찬란한 문명을 선전하기 위해 한국인은 오직 중국 것을 도용한다. 한국인이 가장 숭배하는 민족 영웅인 명성황후는 위안스카이의 첩이었으며, 일본 낭인에게 강간을 당하고 살해되어 나체로 불살라졌다.” 저자는 오늘날 분노청년의 역사적 배경을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에서 찾는다. 홍위병과 분노청년은 교육을 통해 특정한 사고를 교육받은 청년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 정치사회화 교육과 애국주의 교육을 받았으며 사상적 무기는 사회주의와 애국주의다. 공격 대상이 자산계급과 외국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교육 받은 사상에 따라 적을 찾아내고 감시하고 공격을 가한다는 점은 같다. 저자는 이들 두 집단을 아우르는 사상 무기가 중화주의라고 본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강한 반외세 정서를 보인다는 것. 지도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분노청년들이 받은 “애국주의 교육은 공격 대상만 자산계급에서 외국으로 바뀐 21세기 판 정치사회화 교육”이다. 자유주의파 지식인들이 온라인에서 분노청년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지만, 2010년대 이후 이들은 정부의 제재를 받고 사실상 소멸했다.
2016년 4월 미국 주간지 <타임>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인숭배를 지적하자 중국 당국은 <타임>의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했다. 푸른역사 제공
저자는 시진핑 주석이 일인독재 장기 집권을 위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2의 문화대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한다. 징후는 넘쳐난다.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개헌이 이뤄졌다.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영수(領袖) 칭호를 부여받았다. 역시 마오에 이어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이 국가 지도이념으로 헌법 서문에 포함됐다. 마오의 어록과 비슷하게 그의 어록과 사상을 담은 온라인 콘텐츠 ‘쉐시창궈’(學習强國)가 2019년 개설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리쩌허우는 이미 2010년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 용이 세계를 주재한다는 민족주의가 일단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매우 위험하며 대외적으로 전쟁을 발동하고 대내적으로 독재를 하게 된다. 국가사회주의는 현재 중국이 가고 있는 위험한 길이며 중국이 떠벌이는 중국 모델이 바로 이러한 위험이다.” 이 책은 제목대로 홍위병과 궤를 같이 하는 21세기 중국의 분노청년과 애국주의 현상의 여실한 전경과 역사적 배경을 보여준다. 언론에서 가끔 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생생한 르포와 만나는 느낌이 든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중국에 대해 분노할 것이며, 또 다른 이는 이러한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것이고, 어떤 이는 ‘설마 이 정도인가?’ 의문이 들 것이다. 중국의 미래에 대한 관측은 다양하다. 권위주의와 패권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 보는 시각부터 체제 성격은 유지되겠지만 점차 유연해질 것이라는 기대까지. 저자가 책 말미에서 경보를 울린다.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강력한 악의 평범성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 머리말에서 저자가 던진 질문 한 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국은 어떤 중국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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