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자신의 부캐인 '유산슬'을 만들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예인이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듯이 두 번째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가령 원래 어떤 연예인이 바르고 얌전한 이미지였다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서 마치 다른 사람에게 빙의된 것처럼 발랄하고 파격적인 성격의 새로운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서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기존과 다른 연예인 모습에 새로움과 흥미를 느끼고, 연예인 스스로도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보니 이미 예능 등에서는 폭넓은 현상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 세대의 삶 전반에도 퍼지고 있다. 소소하게는 학생이나 직장인으로서 본캐가 있다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별도 닉네임을 사용하는 부캐가 있는 식이다. 평소에는 사회생활 속에서 타인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성격, 진심, 솔직한 면모, 취향 등을 온라인 공간에서는 마음껏 드러내며 새로운 정체성을 지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취미 생활을 일종의 준직업적 영역으로 끌어올리면서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운동 강사, 예술가, 사업가 등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렇게 본캐와 별개로 부캐를 적극적으로 키우면서 일종의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성향과 성격의 다중적인 정체성을 가진 삶을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최근에야 이러한 현상이 사회 전반으로 퍼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문화에 가깝다.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임을 접하면서 자란 MZ세대는 이미 여러 캐릭터를 가진 채 살아왔다.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근엄하고 점잖은 이미지의 인물로 활동하고, 어느 게임에서는 난폭하게 욕설을 하는 게이머로 활동하는 식으로 자기 정체성이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체화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런 MZ세대 문화가 꽤 뒤늦게 방송이나 문화 전반 등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 세대가 단순히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개인주의화되는 걸 넘어서서 자기 내부에서도 다양한 자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이라는 것을 단 하나의 자아에 투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아를 통해 즐기고 누리며 옮겨 다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자아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고, 여러 자아를 가지는 것을 자유이자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의 유동화는 앞으로 문화나 산업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 또한 그 근본적인 특성에 이러한 자아의 유동성을 두고 있기도 하다. 나의 고정된 현실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공간이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세계인 것이다.
소비 문화에서도 갈수록 소비자 개개인들이 단순히 소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소비를 통해 어떻게 부차적인 정체성을 얻을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있다. 소비를 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만들며 전시하기도 하는 '경험 위주'의 소비가 대표적인 현상이다. 바야흐로 세상은 점점 더 개인 내부의 다양한 정체성 자체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ift.tt/3BkN5Pa
문화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밀레니얼 시각] MZ세대와 부캐 문화의 유행 - 매일경제"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