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이 내린 마을 이름 '충효동'…“충효문화지구 지정 필요”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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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의병총수였던 김덕령 장군의 옷.

광주의 충효동이라는 마을 이름은 임진왜란 의병장 김덕령(1568~1596) 장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군과 싸워 승리하는 등 국난극복의 선봉에 섰던 그는 무고 혐의로 체포돼 옥사했다. 1788년 정조는 김덕령 장군에게 충장공이라는 시호를 내린다. 그리고 ‘증 병조판서 충장공 김덕령 증 정경부인 흥양이씨 충효지리’라는 글을 보냈다. 이듬해 마을 앞에 비석이 세워지면서 마을이 ‘충효리’가 됐다. 무등산 자락과 광주호수생태원, 충장사 등이 모여 있는 광주 충효지역을 문화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일대에 모여있는 다양한 문화유산, 민속과 예술, 생태환경을 계승해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고고학·문학박사)은 지난 23일 광주시의회에서 ‘지역문화 활성화와 중효문화지구’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충효동 지역에 있는 다양한 문화자원을 재발견하고 그 성과를 넓게 사회적으로 발신할 수 있는 체계를 조직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 북구 금곡동 제철유적지.

충효동은 광주의 단일 법정동 권역으로선 지정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국가와 시지정, 등록문화재의 총수가 11건(북구 지역 22건, 광주 전체 92건)이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충효동 도요지, 충효동 왕버들군, 환벽당 일원, 김덕령 장군 복식 등 4건이다. 시지정문화재는 풍암정, 금곡동 제철유적, 충효동 정려비각, 원효사 동부도‧만수사 동종‧철불두 등 출토유물 일괄 등 6건이다. 등록문화재는 무등산 관광호텔이다. 금곡동 제철유적지 주변엔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로 전해지는 ‘주검동’이 있다. 금곡동에 있는 충장사는 조선의병 총수였던 김덕령 장군을 배향한 사우다. 광주목의 관요였던 충효동 요지(사적 141호)에선 아름다운 분청사기가 생산됐다. 자미탄(창계천)과 원효 계곡 일대는 조선시대 인문학의 산실이었다. 충효동 왕버들(천연기념물 539호)도 이 일대 사람들의 삶을 지지하는 경관요소다. 성안마을 당산제, 왕버들 기원제, 평촌마을 대보름 달집태우기,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등 전통민속행사와 충효리라 마을 이름을 하사한 ‘정명기념일’ 행사도 열리고 있다.

광주시 북구 충효동 환벽당 일원.

조 전 관장은 “지역민과 협동해 지역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유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고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도 “충효·금곡동 일대가 앞으로 지속가능한 마을로 거듭나려면 이러한 지역문화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마을간의 협업을 통해 문화와 생태의 중심지로, 청정지역, 역사성있는 마을로 가꿔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일대에는 주민 풍물패 ‘무등예문회’와 평촌도예공방, ‘무등산 분청사기협회’ 등 다양한 문화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다. 사단법인 충효문화지구는 2018년 충효·금곡동 지역의 주민들이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충효문화지구는 충효·금곡동에 사는 5개 지역 문화예술단체와 지역공동체 원로들이 3년 동안 논의해 설립한 단체다.

지난 23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사단법인 충효문화지구 창립포럼에서 김동찬 시의회 의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김동찬 시의회 의장도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사업인 원효사지구 이전과 맞물려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효문화지구 고진구 이사장은 “충효문화지구의 생태·문화예술을 통해 광주시민의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양래 이사는 “문화예술진흥법엔 문화지구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충효·금곡동 일대를 서울 인사동처럼 문화지구로 지정해 지역의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산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충효문화지구 제공·북구청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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