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단에서든 새내기들의 소신 있는 행동은 종종 ‘너만 잘났냐’는 눈초리를 받기 마련이지만 아직은 국회 안팎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국회를 73년동안 지배해온 ‘꼰대 문화’가 이제는 정말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빨간 원피스’ 응원 물결…류호정 “그렇다고 원피스만 묻는가”
최근 ‘국회 관례’ 논쟁에 가장 불을 붙인 것은 단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다. 류 의원이 지난 4일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뒤 국회 권위에 맞지 않는다는 각종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치권은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류 의원을 향한 응원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번 논쟁이 오히려 류 의원의 옷차림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통합당의 한 의원은 9일 뉴스1과 통화에서 “남성 중심의 국회 관례에 류 의원이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 반갑고 고맙다”면서도 “이번 일로 류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설 때마다 옷차림을 ‘중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논쟁의 쟁점은 ‘류 의원이 뭘 입든 응원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 의원이 뭘 입든 관심을 꺼달라’가 돼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옷차림이 아닌 의정 활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 남성 중심적 ‘적폐 문화’를 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 역시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후 (수해 현장 복구) 작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차 안에서 기자들의 전화를 받는다”며 “언론은 오늘도 ‘원피스’를 묻는다. 제 마음은 더 착잡해졌다”고 밝혔다.
◇‘이념·막말 NO’ 윤희숙의 5분…“비정상의 정상화 신호탄”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된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5분 자유발언은 이후 며칠 동안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윤 의원은 적잖이 긴장한 듯 손과 몸을 떨었지만, 오히려 ‘정쟁에 익숙지 않은 초선 의원’의 순수한 이미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윤 의원의 연설은 “이제야 제대로 한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칭찬에서 보듯 이념과 색깔론, 막말이 없는 연설, 이른바 ‘통합당 답지 않은’ 연설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 밖에서 봐온 보수 정당의 이미지가 우리 당의 유일하고도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윤 의원의 연설로 국민에게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고 윤 의원에게 고맙다는 뜻도 전했다”고 말했다.
한 다선 의원은 이번 연설을 “비정상의 정상화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그는 “(이전에는) 야당은 소리 지르면서 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며 “그런 행태가 고정 지지층에만 먹힌다는 것과 그게 바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 표를 많이 못 가져온 이유라는 것을 의원들이 많이 깨달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절름발이’는 장애인 비하”…소수자 목소리 수면 위로
지난달 3선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절름발이’ 표현에 대해 “명백하게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즉각 “어린 것이 뭘 안다고 어른에게 면박을 주느냐”는 민주당 지지층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절름발이는 논쟁의 여지조차 없는 명백한 장애인 혐오 표현”이라는 입장을 내자 여론이 급변, 이 의원도 “앞으로 의정 활동의 언행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는 계기로 삼겠다”고 공개 반성하는 데 이르렀다.
이미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은 ‘혐오 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통해 ‘절름발이 행정’, ‘꿀 먹은 벙어리’ 등을 예시로 들며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그동안 무의식중에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를 경시해온 우리 정치권에 작지 않은 울림을 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의원의 사과에 장 의원은 “이렇게 함께 한 걸음 나아가주셔서 참 반갑다”고 화답했다.
◇‘의원님’ 벽 허문 ‘정훈님’…조정훈 의원실 ‘호칭 혁명’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의 보좌진에게 돌린 첫 인물이다.
지난 6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조 의원은 “제 이름으로 소통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첫 시간에 저와 함께 국회 입법기관을 구성하면서 같이 고생하실 보좌진을 소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8명의 보좌진이 자신을 소개하는 동안 마이크 뒤로 물러나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 자리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띈 것은 보좌진들의 호칭이었다. 국회의원을 ‘의원님’으로 칭하는 보통의 보좌진들과는 달리 이들은 조 의원을 ‘정훈님’이라고 불렀다.당시 권병태 보좌관은 “‘정훈님’은 보좌진을 같은 입법노동자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한 보좌관은 통화에서 조 의원의 이 같은 시도를 ‘호칭 혁명’이라고 규정하며 “처음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의원을 까다로운 상전 모시듯 하는 보좌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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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9, 2020 at 05: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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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국회 ‘꼰대 문화’ 흔드는 초선들…류호정·윤희숙·장혜영·조정훈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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