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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 않는 아파트 관리비 분쟁... 회계감사 맡겨보니 '의견거절'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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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3 10:45

아파트 입주자들과 관리업체간의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입주세대가 매달 내는 관리비가 불투명한 회계 관리 탓에 줄줄 새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관리업체를 견제해야 하는 입주자대표회의도 ‘완장 노릇’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역할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고덕동의 신축 아파트인 고덕 그라시움 입주자들은 회계법인에 의뢰해 관리비 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회계법인으로부터 최근 ‘의견 거절’을 받았다.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이란 회계법인에 제출된 자료가 부실해 적법하게 회계처리가 됐는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받는 결과다. 고덕그라시움의 관리회사는 대승종합관리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간 아파트 관리를 맡아왔다.

감사 의견과 별도로 회계법인은 주요 위반사항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1년 미만 재직자에게 퇴직금을 임의로 주는 등의 방식으로 경비 용역비를 과다 부과했고, 크리스마스 트리 자재 구입이나 광고관리 사업자 선정 등을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입주자들은 관리업체가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를 한데다 눈먼 돈 빼먹듯 자금을 유용한 결과가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덕그라시움의 한 입주자는 "관리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하면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갑질을 한다’는 반응만 나왔는데 회계법인 결과를 받으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제대로 된 관리 행위가 이뤄지지 않아 항의하면 전혀 시정하지 않고 못 들은 척하면서, 광고업체 선정 등 수익사업에만 몰두해왔다"면서 "공용 관리비가 받는 서비스에 비해 과도했는데,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고덕그라시움은 최근 입주자협의회에서 관리 회사를 바꾼 상황이다. 한 회계사는 "지난해 9월부터 석달 사이 회계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기도 어려운 일이다. 꽤 근간의 일이라 자료 소실 등을 핑계로 대기도 어렵다. 관리업체를 바꾸면서 그나마 알려질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자와 관리업체의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교흥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업체의 관리비 회계상황 점검 결과 2017년에 부적합 의견을 받은 아파트 단지가 총 392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의견거절은 22건이었다. 한정의견이나 부적정의견도 각각 358건, 12건에 달했다. 감사보고서의 ‘한정’의견은 회계 처리기준과의 불일치 및 감사범위의 제한이 중요한 경우에 나오는 의견이다. ‘부적정’ 의견은 회계처리기준과의 불일치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일 때 작성된다.

2018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회계감사 결과 부적합한 사례는 262건이었다. 이 중 의견 거절이 30건이었고, 한정의견과 부적정 의견은 각각 224건, 8건이었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 571곳 중 83건으로 14.5%에 달했다. 만약 아파트가 아니라 주식시장에 오른 상장사였다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감시의 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주민 투표로 결정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의로 돌아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각 동별 대표를 뽑고 이 중에서 입주자 대표를 뽑아 운영된다. 대표자들은 소정의 활동자금을 받지만, 직업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부수활동인 만큼 일종의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이권의 유혹이 끊이질 않는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업체간의 모종의 협력관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신축 아파트가 늘며 아파트 회계 관리감독 부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헬스장이나 골프장, 사우나, 수영장, 조식 서비스 등을 갖추고 있어서 이를 맡길 업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권이 과거 아파트보다는 다양해졌다. 지하주차장 건식 세차서비스나 쓰레기 처리업체 등도 대표적으로 이권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기도 과천의 한 신축아파트 입대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구당 몇 천원씩 공동관리비를 더 부과하는 형식 정도였다면 이제는 각종 리베이트를 받을 기회가 더 많아진 셈"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자회사로 아파트 관리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엔 푼돈으로 여겨졌던 시장이지만, 신축 아파트의 등장으로 안정적으로 의미있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된 셈"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관리감독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매년 300가구 이상인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회계감사를 받고 결과를 입주자 대표, 시·군·구청장에게 제출하고 이를 게시판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해야 한다. 또 제93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권은 유명무실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서울 공동주택 19개 단지 중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태조사를 나간 곳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사안에 따라 과태료 부과, 수사의뢰 등에 나서야 하지만 주민들이 나서서 구청장에게 민원을 넣지 않으면 실태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주민들이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관리비 과다 납부 등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서담의 최은미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과거에는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만 관리비 공개의무가 있었으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입주자 등의 2/3 이상 동의가 있다면 300가구 미만의 아파트도 관리비를 공개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관리비가 과다하게 청구된 것이 확인된다면 입주자들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함으로써 과다하게 냈던 관리비를 반납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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