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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싸울 힘을 달라”는 간절한 염원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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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포즈> 시즌2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2018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미국 드라마 <포즈>는 198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성소수자 공동체 특유의 클럽 문화를 그려낸 작품이다. 모든 소수자 그룹에서도 제일 천대받았던 흑인 트랜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역대 티브이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은 트랜스젠더 배우가 출연한 작품으로도 기록되어 있다. 이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프라임타임 에미상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티브이 관련 시상식을 휩쓸면서 완성도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즈>의 뛰어난 성취 가운데 하나는 정치적 메시지와 대중적 재미를 잘 조화시켰다는 데 있다. 매회 클럽에서 서로 다른 주제로 펼쳐지는 화려한 춤과 패션 대결을 볼거리로 내세우면서도, 그것이 자신들의 존재를 말살당하지 않으려는 성소수자들의 절박한 자기표현이라는 사실까지 각인시켰다. 찬란한 조명이 꺼진 뒤 클럽 밖으로 빠져나온 인물들이 성소수자 혐오와 에이즈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어둠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은 비통하고도 처절하다. 동시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 블랭카(엠제이 로드리게스)와 공동체 가족의 끈끈한 연대기는 어두운 현실을 위로하는 강력한 희망의 서사였다.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2019년 방영된 두번째 시즌에서 <포즈>는 한층 뚜렷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다. 시대적 배경은 이제 1990년, 성소수자 클럽 문화 코드에서 따온 마돈나의 노래 ‘보그’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시기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음울하다. 에이즈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채 사망자들이 늘어만 가고 동성애자들을 향한 혐오는 갈수록 확대된다. 나란히 에이치아이브이(HIV)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트랜스 여성 블랭카와 그녀의 흑인 게이 동료 프레이 텔(빌리 포터)의 대화로 시작하는 <포즈> 시즌2의 도입부는 시대의 비극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에이즈로 숨진 친구의 무덤을 찾은 두 사람은 죽음 뒤 더 잔혹하게 드러난 소수자 차별의 현실과 맞닥뜨린다. 두 사람처럼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버림받았던 친구는 죽은 지 3주 뒤에야 발견됐고, 무연고 주검들의 합동 매장지에 묻힌다. 비석조차 없어 지인들이 마지막 인사를 적은 하트 모양의 돌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하트 섬’은 원래 결핵 환자들의 병원이었다. 과거의 결핵 환자들처럼 따로 격리되어 묻히는 에이즈 사망자들의 현실은 질환에 반영된 차별의 역사를 환기한다. 최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제이 케이 롤링의 트렌스젠더 혐오 발언으로 인한 파문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포즈>의 메시지는 새삼 큰 울림을 갖는다. 블랭카와 프레이 텔이 돌로 둘러싸인 무덤의 십자가 앞에서 “계속 싸울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은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은 이 시대를 향한 간절한 기원이기도 하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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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9, 2020 at 05:4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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