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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298] 문화기관장은 논공행상을 위한 자리 - 미디어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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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인 김종률이 세종시 문화재단의 대표로 취임한다고 했을 때는 환영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이다. 지난 보수정권 하의 보훈처에 의해 국가 공식적인 행사에서 불리는 게 금지되기도 하고 연주 양식에 대해 제대로 개념도 없으면서 합창이네 제창이네 설왕설래가 많았던 노래였다. 그 노래를 부르고 투쟁한 386세력이 586이 되어 집권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까지의 논쟁이 사라지고 <님을 위한 행진곡>은 부활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합죽이 마냥 입 딱 다물고 있던 인사들이 이제는 손을 잡고 흔들면서 목청껏 부르는 촌극을 연출한다. 그 노래의 작곡가가 세종시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되었다.

9월부터 안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개그우먼 김미화

다음은 강금실 전 장관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부임이었다. 노무현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을 한 법조인이 문화재단 이사장이 된 거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자 이사장은 문화행정을 집행하는 자가 아니라 정권과의 유기적인 관계로 예산을 확보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자리니 강금실 같은 유력자가 적임이라는 반론이 나와 떨떠름하긴 했지만 수긍했다. 6월 1일 자로 영화 '서편제'로 알려진 배우 김명곤이 (재)마포문화재단 신임 이사장에 부임했다.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제8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였고 현재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예술경영 전문가이다.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여기까지는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순악질여사' 개그우먼 김미화가 임기 2년, 연봉 8000만원에 안산문화재단 대표로 9월부터 취임하는 건 명백히 '선'을 넘었다. 지난달 10일 대표이사 모집공고에 5명의 후보들이 서류 합격되어 13일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 등의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된 김 씨는 대표적인 문화계 친여 인사로 이명박 정권 때 정치적인 발언 등을 이유로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한 사람이다.

문화정책과 행정력으로 문화기관장에 임명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팔은 안으로 굽고 아는 사람 챙겨주는 건 인지상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은과 자리 챙겨주기는 정치의 기본이고 이게 없으면 무슨 낙으로 정권의 부역자가 될 노릇인가. 하지만 문화예술기관장이란 자리가 본말이 전도되는 건 한계가 있다. 버젓이 모집 공고문에는 지원 자격으로 “저명 문화예술인 또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갖춘 분” “국가·지자체 문화예술 공무원 경력 5년 이상, 최종 직급 4급 이상” “국·공립·민간법인 문화예술기관·단체 관리자급 이상 직급 5년 이상 재직” 등 명시해놓고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자를 임명하는 건 그저 집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더 늦기 전에 한자리 챙겨 주기에 불과한 '내로남불'의 반복이다. 그럼 그렇게 비난하고 적폐라고 몰아붙였던 지난 정권하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자기들은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깨끗하고 진정성이 있다고 그렇게 표방하더니 하는 짓은 오십보백보이며 그런 주장이나 차라리 하지 않았더라면.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뜬금없이 법무부 장관 출신이, 개그우먼이, 문화재단 이사장이라니 문화예술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길래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너무 저급하다.

이제 이런 부당한 논공행상에 정무적인 판단이네, 자격이 있네, 정부와의 협력으로 예산을 따와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될 인물이네 식의 옹호 발언을 하는 자들은 죽방을 차버리겠다. 어떤 정권보다 공정해야 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겸손히 민의를 받들어야 하는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이번 정부가 지난 정권 하에서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어 안타깝다. 공정과 정의라는 말은 차라리 입에 올리지 말았으면 억울하고 분하지도 않았을 텐데... 개그콘서트가 왜 폐지된 지 이제야 알겠다. 일상에서의 더 웃기는 코미디에 개그맨들이 밥줄을 잃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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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6, 2020 at 07:4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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